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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0005 변요한 "1초의 공기도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최지은, ize, 2015)

by Žygimantas Dukauskas on Unsplash

 

배우들이 캐릭터 연구하는 과정이 나온 인터뷰를 좋아한다. 마치 연기를 위해 태어난 것 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본인을 단련시킨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없어진 <드라마티크>의 김범수 님 인터뷰에서도 그 자신을 캐릭터에 맞추어서 고민하고 연기 자체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 인터뷰의 배우 변요한 씨도 그 치열한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다. 드라마 <미생>을 찍으며 한석율 이라는 깐죽거리지만 밉지 않은, 멋부리지만 뭔가 어색한 캐릭터를 위해 옷부터 하나하나 다 연구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일과 삶은 어느 정도는 나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를 땅에 심으면 어느 순간에는 뿌리가 땅에 깊숙히 박혀서 뿌리를 뽑기 힘든 것 처럼. 삶에 직업이 그런 식으로 뿌리박히는 것 같다. 변요한 씨의 학교에서 연기관과 부모님과의 얘기 나눈 직업관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인용한다. 

 

학교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변요한
: 거짓말하지 않기. 연기할 때, 사랑할 때. 수업 중에 연기하면서 ‘뭐뭐 하는 척’하면 선생님이 그만하고 나가라고 하셨다. 학교에서 무대에 대한 지식이나 연기에 좋은 습관을 만드는 법, 오감을 뛰어넘고 육감을 기르는 방법 등 정말 좋은 커리큘럼으로 많이 배웠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거짓말하지 말기였다. 우리 학교 애들은 다 그럴 거다.

사실 나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속일 때도 있지 않나.
변요한
: 사실 남에게 그걸 들키는 건 되게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Don’t lie”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더 깊이 들어가라, 더 믿어라, 거짓말을 하려면 차라리 확신을 가지고 해라. 물론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없이 대본을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그의 종교, 취미 등등 온갖 걸 다 쓴다. 말도 안 되는 것까지도. 그런다바로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 1년, 2년 지나면 확 늘어 있다. 그건 결국 “Don’t lie”의 힘인 것 같다.

 

올해 서른이다. 20대 때는 아버지가 ‘연기 쉽게 하지 말라’며 상업적인 방향으로 가는 걸 경계하셨다던데, 배우에게는 젊음도 재산이지 않나. 그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변요한
: 아버지한테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리면 어떡해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러자 “평생 하면 돼” 그 한마디로 정리가 끝났다. (웃음) “그래도 10대, 20대가 가지고 있는 체형이나 느낌이 있는데…” 했더니 “관리해” 딱 그러셨다. 사실 나이가 20대라고 해서 다 20대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애 같은 사람도 있고, 아주 나이가 많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버지는 외형적인 것보다 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춰 듣고 말하고 가능성을 키우는 것을 중시하신 것 같다. 실제로 아버지가 어린아이부터 노인분들까지 모든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닮으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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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1초의 공기도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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