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EE#0013 박범신 “글을 쓴다는 건 자기 구원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 (신연선, <예스24>,2015)

Photo by Brian Patrick Tagalog on Unsplash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가슴이 찌릿찌릿 아리게 좋을 때가 많다. 마냥 행복하면 좋은 글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작가들은 힘들었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연꽃을 피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소설가 박범신 님의 강연도 너무 좋네. 

 

자신와 타인의 사이의 빗장을 풀고 늘 예민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 작가는.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공감도 많이 하고 마치 얇디 얇은 피부를 가진 것과 비슷한 느낌이겠지. 잘 느끼는 대신에 다치기도 쉽게 다치겠지. 

 

글이 쓰고 싶어서 근질거리게 만드는 박범신 작가님의 말들.

 

“불안정한 상태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동력이 있어요.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으면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을 텐데, 불안정하면 몸이 앞으로 나가요. 추락과 상실을 반복하게 되면 자연히 앞으로 나가는 에너지가 생겨요.” 

 

“문학은 행복에서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자기 구원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여러분도 다 아름답고, 멀쩡하게 앉아있지만 상처에 예민하거나 상처를 오래 간직하는 사람들일 거예요. 결핍에 예민한 사람들이 문학을 지향하게 되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진실로 말하고 싶은 것이 저 밑, 창자벽에 깔려있는데 대부분 ‘이런 얘기를 쓰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 때문에 두루뭉술하게 보편적인 상상력 범위 내에 있는 이야기를 써요. 그러면 안 돼요. 그보다 더 밑으로 내려가 똥물이 줄줄 흐르는 창자벽에 있는 말들에 대해 정직해지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나만 알 수 있는 고유한 내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집요함 같은 게 중요하죠. 형식은 두 번째예요. 놀라운 기술을 구사해서 좋은 그릇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좀 걸리죠. 많이 읽고, 많이 쓰다보면 저절로 형식을 알게 돼요. ‘소설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손해예요. 자신만의 본질적인 말만 훼손될 뿐이죠. 마음속에 있는 상상을 찾아내려고 하는 집요함, 그게 중요해요. 쓰다보면 머지않아 형식은 균형을 맞추게 될 거예요. 남과 다르게 보려는 노력, 나의 고유한 말을 찾아내려는 욕망을 크게 갖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기사링크: 

박범신 “글을 쓴다는 건 자기 구원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

 

예스24와 문학동네가 함께한 소설학교 4편 박범신 

‘박범신에게 궁금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기 위해 모인 100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 작가는 집요함, 결핍, 불안, 자기 구원의 욕망 등에 대해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댓글